마음이 쉬이 잡히지 않는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어느 순간 낭떠러지 앞에 서 있는 기분을 느꼈다.
그곳에서 점점 밀려나는 느낌.
이러다간 떨어질 것만 같다.
그래서인지
입맛도 없다.
그런데 저녁도 못 먹을 것 같은 오늘이라
점심을 그냥 넘기기엔 저녁을 버티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길거리의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더 외로움을 크게 느끼고 있는 터라
외로움을 채우지 못한다면
배라도 채우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 끝에, 맥주 한 잔 곁들일 수 있는 음식점을 가기로 했다.
파치비
가성비 좋은 파스타집
간단히 맥주도 즐길 수 있는 곳
맥주 안주로 먹을 파스타는
(주객전도)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로 정했다.
맥주 테라 330ml와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로 결정했는데
맥주는 2,500원 파스타는 6,500원으로
저렴한 가격이라 자주 오고 싶단 생각이 절로 든다.
파치비
330ml 맥주와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
주문 후 와인병에 든 물과 컵,
그리고 피클을 먼저 받았다.
그리고 맥주도 바로 갖다 주셨다.
어젯밤만 해도
술 좀 그만 먹자고
맥주 좀 그만 먹자고 다짐했는데
마음이 혼란스러운 날엔 술이 없으면 버티기가 힘들다.
탄산이 올라오는 맥주를 보면서
내 마음도 청량감 좀 느끼게
시원하게 뚫리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이 갑갑한 마음을 안고 언제까지 버티겠냐고
언제까지 이러고만 살 수 있겠냐고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힘든 생각을 자꾸 하면 힘들기만 하니까
모르는 척 마음을 뒤로 제껴둔다.
10분도 안되어서 받은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
사람이 없는 시간에 왔더니
주문한 음식이 금방 나왔다.
6,500원의 저렴한 가격이지만
있을 건 다 있다.
면이 부족한 사람에게 덤이 될
바게트 한 조각.
(내 기준으로) 1인분으로 충분한 양의 파스타면이 중심을 차지하고,
반대편엔 마늘과 올리브로 균형이 잡혀있다.
파스타 면을 돌돌 말아
숟가락에 올려
마늘과 올리브를 곁들어 한입에 넣는다.
오일리한 파스타 덕에
맥주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초점나간 사진이 마치 내 마음 같네.)
바게트에 얹힌 파슬리처럼
시너지를 내고 싶은데 그러기가 참 쉽지 않다.
파스타 한 입
맥주 한 모금
서운하지 않게
한 입 한 모금
번갈아가며 식사를 했다.
어느새 파스타면은 사라지고
약간의 마늘과 올리브
그리고
바게트가 남았다.
하지만
파스타와 맥주를 함께 먹으니
배가 불러서 더 이상 먹지 못했다.
바게트를 먹느냐
남은 맥주를 먹느냐
내 선택은 남은 맥주를 마시는 거였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1인분의 파스타와 맥주 한 잔을 마시고도
만원도 되지 않는 금액을 지불하고
가게문을 나섰다.
.
.
성급한 마음은 실패를 낳는다.
외롭고 지겨운 날들을 보내야만 얻는 게 있다고 했던가.
지겨운 날들을 지겨워하지 않도록
일상의 작은 만족으로도 지겨운 날들을 견뎌내는 힘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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