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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리뷰 : : 먹을거리

실망스러웠던 한 끼. 오래된 밥에 대한 사장님의 대처.

by 환희환희 2021.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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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다. 이렇게 실망스러운 한 끼를 먹게 된 것은. 

 

다이소에서 사야 할 물건이 있어, 점심 즈음에 시장으로 향했다. 

제일 먼저 다이소에 들러 필요한 물품을 사고 원래는 자주 가던 김밥천국에서 김치찌개를 먹을까 하고 걸어가던 길에 국숫집 하나가 눈에 들어왔고, "영업 중"이라는 글자를 보고 안 가본 곳에서 먹어보자 싶어 이곳으로 들어왔다.

 

 

가게 상호부터 국수가 전문인것 같았는데 들어와 메뉴를 확인해보니 국수뿐만 아니라 다른 메뉴들도 꽤 보였다. 어제 점심 저녁을 면으로 먹었더니 오늘은 "밥"이 먹고 싶어서 밥 종류로 눈길이 갔다. 밥 메뉴는 김치 알밥, 김치 콩나물국밥, 제육덮밥, 매생이굴국밥이 보였는데 <김치 콩나물국밥>으로 결정했다.

 

안그래도 김치찌개를 먹으러 가던 길이어서 더 끌렸던 것 같다.

 

 

처음에 음식을 받았을 때, 이때만 해도 점심을 먹을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가게 안에는 나말고도 2명의 손님이 있었는데 국수 종류를 드시는 것 같았다. 단골처럼 보이는 손님이라 왠지 기대가 됐다. 유명하지 않아도 맛있는 식당들이 있는데 그런 곳일 수도 있지 않을까 했던 생각이 들었다.

 

 

사진으로 봐서는 이상한 점을 찾기 어렵다.

10분도 되지 않아 음식이 모두 준비되었다. 뚝배기에 들어있는 김치콩나물국밥과 쌀밥, 그리고 무김치와 배추김치 또 밥반찬이라기엔 애매한 노란 단무지도 반찬에 속해있었다.

 

 

실망감을 사진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보글보글 뚝배기가 앞에 오니 허기가 더 졌다.

맛있는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리뷰할 수 있길 기대하면서 찬찬히 나온 음식들을 보았다.

 

 

김치콩나물국밥에 단무지는 손이 가지 않았고, 깍두기만 먹었는데 맛이 괜찮았다.

평소에 배추김치보다 무김치를 더 선호하는데 무김치 때깔이 맛있어 보였다.

 

 

나쁘지 않았던 김치콩나물국밥.

김차콩나물국밥에는 잘게 송송 썰어진 김치와 콩나물, 계란이 보였다. 계란을 넣다 보니 국물이 깨끗하게 맑은 스타일은 아니었다.

 

 

음식의 맛이 어떨지 궁금했는데 복병은 다른곳에 있었다. 실제로 보면 좀 더 노르스름했던 밥, 사진으로는 내가 봐도 괜찮아보인다.&nbsp;

이 근처에 5분정도 걸어가면 김치 콩나물국밥을 애용하는 식당이 하나 있는데 거기는 가격이 6,000원이고 여기는 5,500원이다. 하지만 그곳에는 6,000원의 가격에 밑반찬이 김치류 빼고도 5찬 이상이 나오기 때문에 좀 더 푸짐해 보이지만 그 5분을 더 걸어야 하는 게 점심때는 왜 그리 귀찮은지. 

 

 

김치콩나물국밥이 어떻게 생겼나가 더 궁금했었는데, 다른 곳에서 실망감이 생겼다.

처음 와보는 이곳이 마음에 들면 다른 메뉴도 먹으러 몇 번 더 와볼 생각이었다. 김치콩나물국밥의 건더기를 건져보니 콩나물의 양은 이전에 다니던 식당보다는 적은 편이다.

 

 

밥을 이렇게 잔뜩 떠서 국물과 함께 먹는데 이상한 맛을 느꼈다. 상한게 아니라 밥이 오래되기 시작할 때 나는 냄새였다. 사진으로 보면 문제가 없어보이는데....

밥을 숟가락에 듬뿍 얹어 김치 콩나물국밥 국물에 적신 후 먹기 시작했을 때였다.

 

응..? 요게 무슨 냄새? 요게 무슨 맛이지?

뭔가 이상한듯해서 콩나물국밥의 국물만도 먹어보고 밥만도 먹어봤다. 그리고 밥을 자세히 보니 아무래도 좀 오래된 밥 같았다. 

 

가끔 그런 곳을 방문할 때가 있다. 오래된 밥을 사용하는 식당을. 

예전에는 미리 해둔 밥을 냉동한 뒤 해동해서 사용하는지 해동했을 때 나는 그 특유의 맛이 느껴지는 식당을 만난 적도 있었다. (물론 그다음부터는 안 간다.)

 

공깃밥의 밥을 자세히 보며 뒤적여봤더니. 

색도 그렇고 아무래도 오래된 밥이 맞는 것 같다. 일단 밥에 수분기가 빠지고 있었고 약간 노르스름하게 되었다. 갓 지은 밥은 하얀 밥이지만 밥솥에 오래 둔 밥인 경우에는 밥의 색깔부터 변한다. 그리고 냄새와 맛에 예민한 스타일이라 남들보다 더 잘 캐치하는 편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점심을 안 먹을 수도 없고, 

밥을 떠서 김치 콩나물국밥에 말아서 먹으면 그나마 나았다. 하지만 반 정도 먹고는 더 이상 먹고 싶지 않아 졌다. 김치 콩나물국밥만 열심히 먹었다. 참고로 김치 콩나물국밥의 맛은 나쁘지 않았다. 맛있다고 추천할 정도는 아니었어도 먹을 만한 정도, 평범한 맛이었다. 

 

 

밥에 수분이 별로 없고, 색이 변하기 시작했다는 건 오랜 경험으로 밥통에 오래있었던 밥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점심을 먹으며 생각이 많아졌다. 

 

'사장님한테 말해볼까? 계산하면서 밥이 오래된 것 같다고 이야기해봐야겠다.'

밥을 점점 먹기 싫어질수록 이야기를 하기는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분이 앞으로 유의하겠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밥을 먹던 중 다른 손님 한 분이 들어와 있었다. 그래서 카드로 계산을 하고 영수증과 카드를 받으며 사장님께 조용히 말했다.

 

"(작은 목소리로) 사장님, 그런데... 밥이 오래된 것 같았어요.."

그랬더니 사장님이 큰소리로 펄쩍 뛴다.

-"뭐라고요? 밥 오늘 아침에 한 거예요. 밥을 아침에 하지 언제 해."

 

응...??

아니 혹시나 그럴 수 있다. 밥을 진짜 오늘 아침에 한 것일 수 있다. 만약 아침에 한 밥이 오래된 것 같다고 하면 뭐가 문제인지 '이상하네, 왜 그렇지?'하고 남아있던 밥을 먼저 살피던가 아니면 어땠길래 그렇게 생각했는지... 아침에 한 밥이 맞다면 이유를 찾으려고 대처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데 (하지만 순전히 내 생각일 뿐) 다그치듯 하는 말이 오히려 찔려서 말하는 것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손님이 음식이 좀 이상한 것 같다고 하면 살피는 게 먼저 아닌가..? 이유를 알아야 할 테니 말이다. 

어쨌든 사장님이 펄쩍 뛰며 하는 말에 '밥솥에 오래 있었던 밥 같았다'는 말을 작은 소리로 이야기하면서 가게를 나왔다. 그리곤 속으로 생각했다.

'뭐 나는 다시는 안 가면 되니까.'

이제 본인한테 달렸겠지. 내가 생각한 게 맞으면 말은 저렇게 해도 속은 뜨끔 했겠지.

 

그 사장님이

속으로 뜨끔했을지, 아니면 유별나게 오늘 한 밥이 잘못되어서 밥 맛이 이상했는지는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묵은쌀을 사용해서 그런 걸까?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오늘 한 게 맞다면 쌀을 바꿔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

.

.

 

유명하고 사람 많은 식당을 가는 이유를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유명하고 장사가 잘 되는 식당이 오히려 더 깨끗하고 더 신선한 음식을 제공한다고. 빨리빨리 새롭게 만들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오늘은 그 말을 아주 아주 공감할 수 밖에 없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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