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에 아주 오래된 음식점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 우연히 알게 된 '서울역 그릴'은 무려 1925년부터 서울역에 자리 잡은 경양식 집이다. 무려 96년이나 되었다.
몇 번 포스팅 했던 서울역 중식당인 티원과 같은 층에 있는 '서울역 그릴'은 티원보다 먼저 방문했었던 식당이었다. 부모님을 모시고 서울역에서 밥 먹을 곳을 찾다가 역사가 오래된 곳이 있다는 걸 알고 처음 가게 되었다.
오래된 역사에 비해 깔끔한 외관.
사실 그릴은 1983년 철도청에서 플라자호텔로 경영권이 넘어간 이후로 사업자가 몇 차례 바뀌었다고 한다. 서울역 신 역사가 개장한 뒤에는 이곳에서 영업했다.
● 서울역 그릴 메뉴판
'서울역 그릴'에서 부모님과 방문해 먹어보았던 메뉴는 돈까스, 치즈돈까스는 확실한데 다른 하나는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난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나에게 감흥이 크지 않았던 것이리라.
오늘은 "돈까스"를 먹으려고 이미 메뉴를 정하고 왔기 때문에 돈까스로 주문했다.
서울역 그릴의 가격은 착하진 않다. 돈까스가 16,000원이니 말이다. 하지만 경양식 스타일로 식전 수프부터 식후 후식까지 제공하기 때문에 서울역에서 시간을 두고 천천히 자리에서 식사를 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괜찮은 가격이다.
● 서울역 그릴 창가자리
내가 앉은 창가 구석자리. 창가 자리는 서울역 주변의 화려한 야경을 함께 감상할 수 있어서 좋다. 음. 근데 간단히 술 한잔이 하고 싶다!
메뉴에 맥주나 하우스 와인이나 그런 게 없어서 물어봤더니 하우스 와인은 없고 맥주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맥주 한 병을 추가로 주문했다. 느끼한 돈까스랑 맥주는 꽤 잘 어울린다.
● 식전 수프
이날 받은 수프는 옥수수 수프. 그리고 샐러드와 깍두기가 함께 나왔다.
옥수수 수프에 후추를 톡톡톡 뿌려서 허기를 달랬다. 식전에 따뜻한 수프. 참 좋다. 맥주는 돈까스를 먹으면서 마실 거다.
● 서울역 그릴, 돈까스.
수프를 먹은 뒤 돈까스를 받았다.
커다란 돈까스가 튀겨져 그 위에 소스를 얹은 채 나왔다. 그리고 경양식돈까스에서 볼 수 있는 납작한 접시에 밥도 함께 나왔다.
아 좋다. 밖을 보면서 천천히 멍 때리며 식사하는 이 시간이 좋다.
돈까스는 그냥 봐도 바삭해 보인다. 소스는 흔히 보는 데미그라스 소스 색깔.
돈까스를 먹을 때 보면 사람의 성향이 나오기도 한다.
돈까스를 한 번에 다 잘라서 먹는 사람. 먹으면서 잘라먹는 사람.
나는 후자다. 한 번에 다 자르는게 힘들어서 몇 조각을 내고 먹고 또 몇 조각을 내서 먹곤한다. 한번에 힘든 게 싫다. 그래서 설거지 양이 많을 때도 어느 정도 해놓고 쉬었다가 다시 하기도 한다.
(근데 왜 공부는 벼락치기만 하는지는 나도 의문)
기름기가 많은 튀김류와 맥주의 궁합은 정말 최고!
맥주 한 모금, 돈까스 한 점. 번갈아 가며 부지런히 먹었다.
● 서울역 그릴 후식.
모든 식사를 마쳤고 이제 후식을 선택할 차례. 예전에는 후식이 여러 개였던 것 같은데 이날은 선택지가 2개밖에 없었다. 밤이긴 해도 커피가 마시고 싶어 따뜻한 커피로 선택했다.
이날 밥을 먹으면서 넷플릭스 '지옥'을 봤다. 그래서 혼자 밥 먹는 시간이 지루하지도 않았고 시간이 정말 순삭 하는 것 같았다.
늘 밖에 혼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생각만 하고 실천을 못했는데 잠시라도 이렇게 시간을 보내니 참 좋았다.
● 서울역 그릴, 가격
돈까스는 16,000원 맥주는 5,000원.
맥주가 (생각보다는) 비싸지 않았다. 혼자서 21,000원으로 맛있는 식사를 했다.
● 서울역 그릴, 이제는 안녕.
서울역에 방문해 종종 찾곤 했던 '서울역 그릴'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어제야 듣게 되었다. 11월 30일 자로 서울역 그릴이 마지막 영업을 마쳤다고 한다. 모르고 방문해서 먹었던 돈까스와 맥주가 마지막이 되었다.
이상의 날개에도 묘사되었다는 서울역 그릴.
우연한 타이밍으로 그릴의 마지막을 생생하게 추억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없어졌다는 사실이 참 아쉽다. 조만간 서울역사가 리모델링 공사를 한다는데 이후에라도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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